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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이야기 Fountain Pens

파카 51 롤드 실버 (Parker 51 Aerometric Rolled Silver)

파카 51은 194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생산된 파카사의 만년필로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펜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만년필입니다.

파카는 필기 후 빠르게 마르는 잉크를 개발 중,

잉크가 종이에서 뿐만 아니라 펜촉에서도 빠르게 마르는 문제를 발견합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51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펜촉이 숨겨져 있는 형태의 hooded nid을 탄생시키게 되었습니다.

파카 51 롤드 실버 (Parker 51 Aerometric Rolled Silver)

51은 군용 만년필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그 우수한 성능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만년필이 되었으며

지금까지도 만년필 수집가들이라면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빈티지 펜입니다.

 

그동안 생산된 수가 많아 아직도 ebay에 가시면 쉽게 구하실 수 있습니다.

가격은 그 종류와 상태에 따라 많이 다르지만 보통 15-30만 원 사이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제가 구입한 51은 Rolled Silver로 캡이 은으로 두껍게 도금되어 있으며 클립은 금으로 도금되어 있습니다.

몸체의 색은 청록색 (teal-blue)이고, 그 색에 잘 맞는 Waterman Mysterious Blue 잉크를 채워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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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캡을 닫은 모습, 좌측: 캡을 배럴에 꽂았을 때 모습, 우측: 캡 상단 주얼(Cap Jewel)

펜의 길이는 캡을 닫았을 때 약 13.8 cm, 그리고 캡을 배럴에 꽂았을 때 약 15.2 cm 정도입니다.

전체적으로 시가모양으로 디자인되어있으며 몸체가 레진으로 되어있어 무척 가볍습니다.

캡을 뒤에 꽂아서 필기 시에도 밸런스가 잘 맞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51에 대해서는 캡을 꽂지 않고 사용할 때 가장 편했습니다.

 

캡의 상단에는 주얼로 마감되어 있는데요, 사진에는 검은색처럼 보이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옆에서 볼 땐 어두운 색으로, 바로 위에서 볼 땐 투명한 색 (하얀색)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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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롤드 실버 캡, 중앙: Parker 각인, 우측: R. Silver 각인

Rolled Silver 51이 다른 51과 비교하여 캡이 단연 돋보입니다

제가 구입한 펜의 경우에는 보시는 것처럼 스크래치가 좀 있지만 새 펜의 경우에는 아마 얼굴이 비칠 정도로 반짝반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캡은 세로 줄무늬로 장식되어 있으며 클립 하단 부분의 PARKER,

그 뒤편의 R.SILVER 각인을 보실 수 있습니다.

 

Rolled Silver는 영국에서만 생산된 제품으로

생산된 시기에 따라 생산지 표시는 따로 되어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실 캡의 디자인이 평소에 가지고 다니면서 쓰기에는 조금 부담되기 때문에

저는 보통 집 책상에 두고 사용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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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카 51 후디드 닙 (hooded nib)

Rolled Silver 51은 14K 촉을 사용하며 제가 구입한 촉의 사이즈는 Medium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거의 Fine 굵기를 보여주더군요.

사실 저는 Fine과 Medium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상관은 없었지만

펜들 사이에 개인차가 조금씩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필감은 51의 명성에 맞게 개인적으로 제가 가진 펜 중에 가장 좋은 필감을 보여줍니다.

사각거림이 전혀 없이 무척 부드럽고 매끄럽게 쓰입니다.

저는 보통 집에서 쓰는 펜 하나, 밖에서 쓰는 펜 하나씩 잉크를 채워두고 사용하는데요

이번에 구입한 파카 51이 제가 십 년 넘게 사용하던 펠리칸 M405를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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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해 한 모습

파카 51의 잉크 충전방식은 위 사진과 같이 고무 튜브에 레버가 달린 모습입니다.

튜브를 감싸는 스테인리스 스틸 관에는 파카 각인과 충전 시 레버를 4번 눌러주라는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요즘 생산되는 파카 컨버터는 호환되지 않습니다.

 

고무 튜브를 사용하는 충전 방식의 단점은 고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삭아버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구입한 51은 많이 사용하지 않아 고무 튜브가 투명한 색이지만 (사진은 잉크 충전이 되어 투명하지 않습니다), 사용함에 따라 고무 튜브가 잉크색으로 변색이 되며, 사용 빈도에 따라 몇 년에서 십 년, 이십 년 사이에 찢어질 수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높은 51의 수요 덕분에 인터넷에서 교환용 고무를 제작하여 판매하는 공급처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51은 사용자가 쉽게 분해할 수 있도록 제작된 펜은 아니기 때문에

완전 분해 전 미리 공부를 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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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의 성능은 빈티지가 가장 좋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요즘의 만년필은 선물용으로 많이 제작되는 반면

과거에는 사용되기 위해 펜이 제작되었기 때문일까요.

여러분도 자신에 맞는 펜을 구하고자 한다면

빈티지 만년필에서 그 답을 찾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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