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년필 이야기 Fountain Pens

라미 로고 + 1.1mm 스텁 닙, 1초만에 글씨 예쁘게 쓰기 (Lamy Logo Brushed + 1.1mm Stub Nib: Review)

라미 로고 brushed stainless steel + 1.1 스텁 닙

빠르고 쉽게 글씨를 잘 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제가 스텁 닙이라는 것을 처음 경험한 것은 아마 대학생 시절이 아니었나 합니다. 스텁 닙이란 만년필의 펜촉 끝부분을 손톱깎이로 톡 잘라낸 듯한 모양을 한 펜촉입니다. 따라서 가로획의 굵기가 세로획보다 확연하게 차이가 나지요. 보통 스텁 닙은 1.1, 1.3, 1.5 mm 등으로 표기가 되어있는데, 이는 세로획의 굵기를 뜻합니다. 게으른 사람들의 칼리그래피 펜으로 불리기도 하며, 보통 1.3 mm 가 넘어가는 스텁 닙들은 칼리그래피용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1.1 mm 정도 되는 스텁 닙들은 굵기가 생각보다 많이 굵지 않아 일상 필기용으로도 많이 사용합니다. 제가 오늘 리뷰하는 라미 로고 또한 라미의 중저가 라인중의 하나로 원래는 스텁 닙을 달고 나오지 않는 펜입니다. 하지만 라미의 펜촉은 라미 2000을 제외하고는 모두 호환이 가능하고, 따라서 스텁 닙을 따로 사서 장착을 하였습니다. 라미 조이와 같은 칼리크래피 전용 만년필은 그 외관이 좀 많이 튀기 때문에 저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라미 로고를 선택했습니다.

 

이렇게 펜촉을 하나 바꾸는 것만으로도 일상 필기 시의 글씨를 예쁘게 쓸 수 있지요. 실제로 효과 만점입니다.

 

***

제가 구입한 로고 만년필은 brushed stainless steel입니다. 만년필 표면의 질감이 거칠어 손에서 잘 미끄러지지 않으며, 조명 아래에서는 은은히 빛을 발하는 것이 생각 이상으로 예쁜 펜입니다. 온라인 샵에서 정상가는 $50 정도이며 스텁 닙은 $15 정도로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

라미 로고 길이와 분해 모습

라미 로고는 얇은 펜에 속하며 길이는 캡을 닫았을 때 13.5 cm로 길지 않아 보이지만 캡을 배럴에 꽂았을 시 16.2 cm로 대폭 늘어나게 됩니다... 라미의 많은 펜들이 이런 디자인으로 되어있으며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디자인의 호불호가 갈릴만한 부분이지만 무게는 무척 가벼운 편으로 펜의 밸런스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매력적인 사실 하나, 사진에서처럼 라미 로고의 캡은 그립의 중간 부분까지 들어갑니다. 그 말은 캡을 열지 않고도 배럴을 분리하여 잉크 잔량을 확인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무척 편리한 부분이며 이러한 구조를 가진 펜은 제가 본 펜들 중에서 유일합니다.

 

***

상단: Brushed Stainless Steel의 재질, 좌측: 클립 하단의 쇠구슬, 우측: 배럴 끝 부분

펜의 질감이 보이시나요? 무척 거칠어 보이는 질감이지만 한쪽 방향으로만 brushed 되어있어 막상 잡아보면 꽤 부드럽습니다. 약간 거친 축에 속하는 칠판과 느낌이 비슷합니다. 캡은 스냅 (똑딱이) 방식으로 되어있으며 캡의 끝에는 라미 로고(상표)가 예쁘게 프린트되어 있습니다. 로고의 특징은 바로 클립인데요, 손으로 눌러서 벌어지게 할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으며, 클립의 끝 부분에는 작은 구슬이 달려있어 좀 더 부드럽게 셔츠 주머니에 꽂을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무척 실용적이며 펜의 퀄리티를 확 올려주는 디자인입니다.

 

하지만 배럴의 끝부분은 무척 조잡하게 되어있어 가격대비 너무 높아질 수 있었던 퀄리티의 균형을 잘 잡아주고 있네요...... 참고로 배럴 끝부분에 있는 플라스틱 부분이 캡이 장착되는 곳이며 나사식으로 고정되어 있어 돌리면 빠집니다. 굳이 뺄 필요는 없겠지요...

 

***

라미 스텁 펜촉 1.1 mm 와 가로 세로 획 굵기 차이

스텁 닙은 보시는 것처럼 촉의 끝부분이 납작하게 되어 있으며 따라서 필기 시에 균형을 잘 맞춰주어야 합니다. 펜촉의 한쪽 끝이 뜨게 되면 사각거리거나 잉크가 균일하게 나오지 않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이 1.1 mm 사이즈로는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으니 겁먹을 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스텁 닙을 사용할 때 평소보다 살짝 더 필압을 주어 사용하는 편입니다. 그러면 보통 이런 문제는 많이 부각되지 않습니다. 라미 촉은 비싸지도 않으니 고장나도 부담이 없지요.

 

***

라미 로고 + 1.1 mm 스텁 닙 필기 예, Diamine Blue-Black, Rhodia Graph 노트

글씨가 예뻐진 게 보이시나요?

이상하게도 스텁 닙만 쓰면 글씨가 참 예쁘게 보입니다. 평소에 글씨 연습을 하는 저로써는 치트키를 쓰는 것처럼 느껴져 사실 잘 쓰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손편지를 쓸 때에나 가끔 꺼내서 사용하는 정도이지요. 하지만 글씨를 잘 쓰고 싶은데 연습할 시간은 없고 귀찮으시다면 스텁 닙 하나 사용해 보시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반응형